제10화

아무도 카나타를 기억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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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14분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손바닥 안에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느껴졌다.

호시카와 코하루는 벌떡 일어나 꽉 쥐고 있던 오른손을 활짝 폈다.

은빛 체인이 달린 조그만 회중시계.

시계판의 바늘은 5시 정각을 가리킨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꿈이, 아니었어."

침대 이불 속에서 빨간 털실 뭉치가 퐁 튀어나왔다. 장갑의 츠쿠모가미 폿케였다.

"코하루, 진짜 큰일 났다폿케. 카나타가…… 카나타가 황혼의 어둠 속으로 끌려가 버렸다폿케!"

"응. 하지만 주저앉아 울고 있을 시간 없어. 학교에 가자. 아야메랑 타이가랑 작전 회의를 해야 해!"

코하루는 노란 케이프를 걸치고 회중시계를 주머니 깊숙이 소중히 넣은 뒤, 아침밥으로 멜론빵을 입에 물고 언덕길을 내달렸다.

어젯밤 내린 첫눈이 지붕과 길가에 얇고 하얗게 쌓여 있었다.

입김이 하얗게 뿜어져 나오고, 상점가 생선가게 앞에는 얼음이 꽁꽁 얼어붙은 양동이가 놓여 있었다.

쓰키미자카 초등학교에 도착해 5학년 2반 미닫이문을 드르륵 열었다.

교실 안에는 난로가 피어 있었고 등교한 반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끌벅적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교실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코하루는 얼어붙고 말았다.

"……어라?"

늘 카나타가 앉아 있던 창가 맨 뒷자리.

그곳에 놓여 있어야 할 책상과 의자가 그림자조차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책상이 하나 빠진 게 아니었다. 마치 처음부터 스물아홉 명뿐인 학급이었던 것처럼 빈틈없이 가지런하게 책상들이 줄 맞춰 정리되어 있었다.

칠판 한구석에 붙은 당번표에도, 사물함 위 책가방 자리에도 『요미』라는 두 글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안녕, 호시카와 양. 학예회 정말 대성공이었지?"

출석부를 든 담임 모리 선생님이 다정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셨다.

코하루는 숨을 헐떡이며 교탁 앞으로 달려갔다.

"선, 선생님! 요미 군 책상은 어디 갔어요? 요미 군 오늘 결석인가요!?"

모리 선생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갸웃하셨다.

"요미 군……? 호시카와 양, 누구를 말하는 거니? 우리 반에 그런 이름을 가진 학생은 없단다."

"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어제 연극에서 카이 역할을 맡았던 요미 카나타 군이요!"

"카이 역할? 카이는 처음부터 연극에 안 나오는 설정이었잖니? 겔다가 혼자서 북쪽 나라로 찾아 떠나는 이야기였잖니."

"거짓말……."

코하루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싹 가셨다.

돌아보니 교실 구석에서 축구공을 든 이누카이 타이가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타이가! 카나타 기억나지!? 어제 같이 커다란 무대 세트 날랐잖아!"

타이가는 콧등의 반창고를 긁적이며 의아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어? 요미……? 그게 누군데. 난 어제 혼자서 무대 세트 다 날랐다고. 전학생 같은 거 우리 반에 온 적도 없잖아?"

"타이가 너까지……!?"

"이봐 이봐, 코하루, 아침부터 이상한 꿈이라도 꿨냐? 열이라도 나는 거 아냐?"

티 없이 맑은 타이가의 웃는 얼굴이 지금은 너무나 소름 끼치도록 차갑게 느껴졌다.

반 친구들 모두에게 물어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요미? 몰라." "그게 누구야?" "전학생 같은 건 없었어."

교실 안의 웅성거림이 머나먼 바닷속 소리처럼 멍하게 흩어져 갔다.

(어째서……? 다들 어떻게 된 거야……?)

코하루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주머니 속의 폿케가 부들부들 떨며 작은 소리로 외쳤다.

"코하루, 정신 차려라폿케! 난 기억하고 있다폿케! 은빛 머리카락에 말수 적고 건방진 카나타를 난 절대로 잊지 않았다폿케!"

"폿케……."

"와스레나의 짓이다폿케! 온 마을에서 카나타에 대한 기억을 모조리 지워버린 거다폿케!"

코하루의 가슴속으로 시린 얼음 같은 공포가 스멀스멀 번져 나갔다.

(만약 이대로 시간이 더 흐른다면―― 나마저도 카나타 군의 얼굴을 잊어버리는 건 아닐까?)

기억해 내려 애쓰면 애쓸수록 어제 보았던 카나타의 미소가 물에 번진 물감처럼 흐릿하게 지워져 가는 것만 같아 코하루의 두 다리가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아야메……! 아야메는 기억하고 있지!?"

방과 후 코하루는 도서실 맨 구석 자리에서 책을 읽고 있던 구조 아야메에게 달려갔다.

아야메는 제비꽃색 리본을 흔들며 조용히 책을 덮었다.

"조용히 해, 코하루. 도서실에서는 정숙해야지."

"제발 부탁이야, 아야메! 요미 카나타 군에 대해 말해줘!"

아야메는 날카로운 눈동자로 코하루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까부터 반 아이들이 웅성거리던데…… 학급 반장으로서 명부는 전부 내 머릿속에 들어 있어. 우리 반에 '요미'라는 학생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아."

"그럴 수가……! 아야메 너까지 잊어버리다니, 거짓말이지……!?"

코하루의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어제 연극에서 아야메가 말했잖아! '너 혼자 짊어지게 두지 않아'라고! 카나타 군도 우리 곁에 함께 서 주었잖아!"

"내가 그런 대사를……? 말한 기억이 전혀 없는걸. 증거가 없잖아."

아야메는 감정을 억누른 목소리로 말했다.

바로 그때였다.

코하루는 아야메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제비꽃색 가죽 수첩에 시선이 꽂혔다.

분실물의 관 관장 시오리 씨가 건네준 신비로운 보물.

"수첩……! 아야메, 네 수첩을 봐!"

"어……?"

"시오리 씨가 그랬잖아! 『물망초 수첩』에 적힌 진실은 와스레나의 그 어떤 마법으로도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다고!"

아야메는 숨을 훅 들이켰다.

망설이듯 떨리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뻗어 수첩 표지를 열었다.

책장을 한 장씩 넘겨 가자――.

12월 10일, 학예회 날의 페이지에 만년필로 정갈하게 적힌 글씨가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사건 기록: 괴도 미드나이트 / 요미 카나타.

목적: 와스레나에게 빼앗긴 어머니와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함.

특징: 은발, 회청색 눈동자. 멈춰 선 회중시계와 빨간 장갑(오른손) 소지.

12월 10일 5시. 체육관에서 스스로 가면을 파기. 와스레나의 검은 안개에 의해 끌려감.

마지막으로 남긴 말 ―― "날 잊어버려"』

글씨 옆에는 아야메가 직접 그린 카나타의 정교한 옆모습 스케치까지 곁들여져 있었다.

아야메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수첩을 쥔 손끝이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거…… 내 글씨야. 틀림없어, 내가 적은 기록이야……!"

아야메는 수첩을 가슴에 세게 끌어안았다.

"증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요미 군은 있었어. 우리의 소중한 동료로서 틀림없이 그 자리에 함께 있었어……!"

아야메의 눈동자에 맑은 빛이 되살아났다.

잊혀졌던 기억의 안개가 걷히듯 아야메의 표정이 굳건해졌다.

"코하루. 의심해서 미안해. 요미 군은 정말로 지워져 버린 거였구나."

"아야메……! 다행이야, 기억해 줬구나……!"

코하루가 아야메를 끌어안으려던 바로 그 순간 도서실 문이 쾅 열렸다.

"하아, 하아, 하아……! 여, 여기 있었냐!"

숨을 헐떡이며 뛰어 들어온 사람은 타이가였다.

"이누카이 군, 도서실에서 뛰지 말라고……."

아야메가 주의를 주려 했지만 타이가는 코를 킁킁거리며 두 사람 앞으로 돌진해 왔다.

"기억났어……! 나 기억해 냈다고!"

"어, 타이가!?"

타이가는 제 가슴을 쾅쾅 내리쳤다.

"아까 가사실 앞을 지나가는데 쿠키 냄새가 나더라고! 근데 그 뒤에서 아주 희미하게, 비 오는 날의 차가운 냄새랑 감색 머플러의 털실 냄새가 났어!"

타이가의 예민한 개코가 잃어버렸던 기억의 실을 더듬어 찾아낸 것이었다.

"그 녀석이야! 무대 세트 같이 날랐던 그 은발 녀석! 내가 그 녀석을 '카나타'라고 불렀잖아! 그 녀석 귀까지 새빨개졌었다고!"

타이가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쏟아져 내렸다.

"젠장, 내가 왜 그 녀석을 깜빡 잊고 있었던 거냐고! 그 녀석, 우리 동료잖아!"

"타이가……!"

"아야메의 두뇌와 타이가의 개코…… 둘 다 진짜 최고다폿케!"

폿케가 주머니에서 튀어나와 짝짝짝 박수를 쳤다.

"이걸로 세 사람과 한 마리, 모두 모였네."

아야메가 눈물을 훔치며 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미 군을 반드시 되찾아오자. 단서를 찾는 거야!"

학예회가 끝난 지 며칠 동안 탐정단은 온 마을을 이 잡듯 뒤지며 단서를 찾아 뛰어다녔다. 그리고―― 겨울 축제를 하루 앞둔 12월 14일.

세 사람은 마을 외곽에 자리한 낡은 단층집을 찾아갔다.

언덕 아래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온, 갯바람이 불어오는 한적한 주택가.

대문 기둥에는 낡아 바랜 글씨로 『요미』라고 적힌 문패가 걸려 있었다.

띵동 벨을 누르자 드르륵 현관문이 열리고 온화한 인상의 여성이 얼굴을 내밀었다.

감색 앞치마를 두른 요미 미칠 씨―― 카나타의 어머니였다.

"어머나…… 초등학생 손님들이네? 우리 집엔 아이가 없는데 무슨 일로 찾아왔니?"

미칠 씨는 다정하게 미소 지으면서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어머니인 미칠 씨조차 아들의 존재를 완벽하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 잔인한 현실에 코하루의 가슴이 미어지듯 아파 왔다.

"저…… 미칠 아주머니,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내일 겨울 축제에 관한 거예요."

아야메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자 미칠 씨는 "날이 추운데 어서 들어오렴" 하며 세 사람을 아늑한 거실로 안내해 주었다.

따뜻한 둥굴레차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 고구마가 차려졌다.

거실 한구석에는 굵은 털실 뭉치가 바구니에 한가득 담겨 있었다.

문득 코하루는 벽장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 틈새로 어디서 많이 본 감색과 회색 털실이 보였다.

"미칠 아주머니…… 저 머플러는 뭐예요?"

코하루가 가리키자 미칠 씨는 조금 곤란한 듯 눈썹을 내리며 벽장에서 보자기를 꺼내왔다.

보자기를 펼치자 그 안에서 단정하게 개어진 다섯 장의 손뜨개 머플러가 나타났다.

모두 감색과 회색 털실로 정성껏 뜬 것이었는데, 맨 아래 것은 아주 작았고 맨 위의 것은 딱 초등학교 고학년 남자아이에게 알맞은 크기였다.

"이상하지요? 내겐 아이가 없는데…… 매년 12월 겨울 축제 철만 되면 어째서인지 자꾸만 이 머플러를 뜨게 된답니다."

미칠 씨는 애틋한 손길로 가장 새 머플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누군가가 저 차가운 칼바람 속에서 덜덜 떨고 있는 것만 같아서…… 얼른 떠서 전해주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가슴이 찢어지게 아파오거든요. 하지만 누구를 위해 뜨고 있는지 아무리 애를 써도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아요."

미칠 씨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였다.

머리로는 잊어버렸어도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어머니의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5년 동안 매년 쉬지 않고 떠 온 다섯 장의 머플러.

그것은 카나타가 이 세상에서 지워져 있던 5년의 세월을 증명하는 명백한 증거였다.

타이가가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야메도 조용히 눈을 내리깔았다.

코하루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칠 씨 앞에서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미칠 아주머니. 그 머플러 중 한 장만 저희에게 맡겨주실 수 있나요?"

"어……?"

"이 머플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제가 반드시 전해 줄게요! 그 아이가 다시는 춥지 않도록요!"

코하루의 호박색 눈동자에 한 줄기 결연한 빛이 타올랐다.

미칠 씨는 놀란 듯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머…… 참 신기하지요. 왠지 너에게 건네주면 틀림없이 전해질 것만 같구나. 부탁하마, 얘야."

미칠 씨에게 건네받은 감색 머플러에서는 따스한 햇살 같은 다정한 냄새가 풍겨왔다.

5시 직전. 세 사람은 언덕 위 붉은 벽돌 양옥집―― 『분실물의 관』으로 달려갔다.

무거운 나무 문을 열자 오래된 괘종시계의 똑딱거리는 소리와 갓 우려낸 홍차 향기가 일행을 맞아주었다.

카운터 안쪽에서 등꽃색 머리를 단정히 묶은 관장 시오리 씨가 둥근 안경 너머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어머나, 탐정단 여러분. 숨이 턱까지 차서 오셨군요……."

"시오리 씨!"

코하루는 카운터로 달려가 카나타의 멈춰 선 회중시계와 미칠 씨의 머플러를 나란히 올려놓았다.

"카나타 군이 와스레나에게 끌려갔어요! 온 마을 사람들이 카나타 군을 잊어버렸고요……! 부탁드려요, 카나타 군을 구하러 갈 방법을 알려주세요!"

시오리 씨는 눈을 가늘게 뜨며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았다.

"……결국 그렇게 되었군요. 그 아이는 제 그림자의 유혹을 스스로 끊어낸 것이랍니다."

시오리 씨는 일어나 선반 깊은 곳에서 오래된 황동 열쇠를 꺼내 들었다.

"카나타 군이 끌려간 곳은 『황혼의 나라』.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은 분실물들의 외로움이 모여 노을이 영원히 저물지 않는, 기억의 밑바닥에 자리한 나라랍니다."

"황혼의 나라……."

타이가가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거기로 가면 카나타를 데려올 수 있는 거죠!?"

"네. 하지만 무척이나 위험한 곳이에요. 너무 오래 머물다가는 여러분 자신마저 소중한 추억을 모조리 잃어버리고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리게 된답니다."

"그래도 가겠어요!"

코하루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나, 카나타 군이랑 약속했단 말이에요. 반드시 전해주겠다고요! 그렇게 다정하고, 그렇게 남을 위해 상처 입어온 아이를 어두운 암흑 속에 홀로 내버려 둘 순 절대로 없어요!"

아야메도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당연히 나도 가겠어. 파트너를 위험한 곳에 혼자 보낼 수는 없잖아. 기록과 추리로 반드시 길을 찾아낼 거야."

타이가도 덧니를 번뜩이며 엄지손가락을 척 치켜세웠다.

"나도 간다고! 카나타 그 녀석한테 질풍의 순록의 진짜 멋진 모습을 똑똑히 보여줘야 하니까!"

"모두……!"

시오리 씨는 다정하게 눈을 가늘게 뜨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정말로 멋진 탐정단이군요. ……황혼의 나라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답니다. 하나는 시간을 멈춘 『멈춰 선 시계』. 둘째는 반드시 데려오겠다는 『굳은 결의』. 그리고 셋째는―― 돌아올 길을 밝혀주고 이름을 불러줄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이랍니다."

그때 바깥에서 뎅, 뎅…… 겨울 축제 전날의 저녁을 알리는 5시 차임벨이 울려 퍼졌다.

언덕 너머 하늘이 타오르는 노을빛과 짙은 보랏빛으로 물들어갔다.

"지금이에요, 코하루 양!"

코하루는 주머니에서 별 랜턴을 꺼내 들고 왼손으로 카나타의 회중시계를 세게 쥐었다.

"폿케, 모두 가자!"

"언제든 준비 완료다폿케!"

"별 랜턴, 빛을 밝혀줘――!"

딸깍!

5시에 멈춰 서 있던 회중시계가 기적처럼 딱 한 번 작은 초침 소리를 냈다.

찰나, 별 랜턴에서 뿜어져 나온 눈부신 황금빛 노을의 물결이 양옥집 앞 허공을 일직선으로 꿰뚫었다.

파지직!

마치 공간이 두 쪽으로 찢어지듯 하늘에 거대한 빛의 균열이 일어났다.

균열 너머로 펼쳐진 것은 지평선 끝까지 붉게 물든, 영원히 이어지는 황혼의 세계――.

모래사장처럼 끝없이 쌓인 무수한 분실물들과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멈춘 시계탑의 기이한 풍경이었다.

"저기가…… 황혼의 나라……!"

차가운 칼바람이 균열 안쪽에서 사납게 몰아쳐 나왔다.

코하루는 미칠 씨의 머플러를 가슴에 꼭 품고 두 친구와 폿케를 바라보았다.

"가자! 카나타 군을 데리러!"

""오우!""

세 아이와 장갑 요정은 빛의 균열 속으로 힘차게 몸을 던졌다.

제1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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