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분실물의 관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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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12분

분실물의 관 벽난로에서 타닥타닥 기분 좋게 장작이 타들어 가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바깥은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12월의 해 질 녘. 하지만 관 안은 시오리 씨가 우려내 준 얼그레이 홍차와 갓 구운 스콘의 달콤한 향기로 가득 차 있었다.

"자, 여러분. 언 몸을 따뜻하게 녹이세요."

등꽃색 머리를 커다란 리본으로 묶은 관장―― 시오리 씨는 화살깃 무늬 기모노 소맷자락을 우아하게 여미며 둥근 안경 너머 눈동자를 다정하게 가늘게 떴다.

"와아, 스콘이다! 딸기잼 듬뿍이다폿케~!"

빨간 털실 뭉치 츠쿠모가미 폿케가 작은 접시 주위를 파닥파닥 뛰어다니며 스콘 모서리를 베어 물고는 볼이 미어질 듯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시오리 씨, 들려주세요."

호시카와 코하루는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시오리 씨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 분실물의 관에 대해서…… 그리고 시오리 씨와 와스레나에 대해서요."

"……네. 말씀드려야겠지요."

시오리 씨는 창밖의 노을빛 붉은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목소리는 마치 오래된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오르골처럼 나긋나긋하고 어딘가 아련했다.

다이쇼 시대 초, 아직 이 언덕 아래로 검은 증기기관차가 힘차게 달리던 시절.

낡은 붉은 벽돌의 쓰키미자카 역에는 작은 '분실물 취급소'가 있었다.

그곳에는 백발의 무척 다정한 역장님이 계셨다.

역장님은 기차를 탄 사람들이 깜빡 두고 내린 장갑과 우산, 어린아이의 인형을 하나하나 소중하게 마른 천으로 닦아 선반에 가지런히 올려두었다.

『아무리 작은 손수건 한 장이라도 주인의 소중한 추억과 온기가 깃들어 있단다. 누군가 찾아 헤매며 울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모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주자꾸나.』

역장님은 매일 밤 석유 램프 불빛 아래에서 정성스레 짐표를 적으며 주인을 찾아 헤맸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 인자한 미소를 너무나 사랑했다.

하지만 세월은 흘러 역장님은 천수를 누리고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

쇼와 시대 말에 바닷가 쪽으로 새 기차역이 들어서면서 쓰임을 다한 낡은 옛 역사는 철거될 운명에 처했다.

하지만――.

"이 건물 자체가 역장님의 다정한 소망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답니다."

시오리 씨는 가슴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

"『모든 분실물을 사랑하는 주인의 품으로 돌려보내고 싶다』…… 그 간절한 기도 속에서 이 취급소의 영혼이 눈을 떴고, 그렇게 제가 태어났지요."

"시오리 씨는 역장님의 소망에서 태어난 츠쿠모가미였군요……."

구조 아야메가 '물망초 수첩'에 만년필을 굴리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네. 하지만……."

시오리 씨의 맑은 목소리가 잠시 어두워졌다.

"백 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아무리 기다려도 끝내 주인이 데리러 오지 않았던 물건들도 수없이 많았습니다. 주인이 먼 곳으로 이사를 가버렸거나 세상을 떠나버렸거나…… 홀로 남겨진 물건들의 '어째서 데리러 오지 않는 거야'라는 깊은 슬픔이 지하 창고에 시커먼 웅덩이처럼 켜켜이 쌓여, 어느새 저의 그림자―― 와스레나를 낳고 말았답니다."

벽난로의 불꽃이 일렁이며 방 안의 그림자가 짙어졌다.

"모두 잊어버린다면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이 와스레나가 선택한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잊히는 것이야말로 물건에게도 사람에게도 가장 지독한 고독인 법이지요."

"지하 창고를 조사해요."

코하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단호하게 말했다.

"와스레나를 구할 방법도, 카나타 군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을 단서도 분명 거기에 있을 거예요!"

"거, 거짓말이지 코하루!?"

이누카이 타이가가 의자에서 굴러떨어질 뻔하며 비명을 질렀다.

"백 년 전의 지하실이라고!? 완전 유령들의 총본산이잖아! 난 여기서 얌전히 스콘이나 지키고 있을래!"

"무슨 한심한 소릴 하는 거야, 이누카이 군."

아야메가 싸늘한 눈빛으로 타이가를 내려다보았다.

"탐정단의 일원이잖아. 설마 전학생을 모른 척 버려둘 셈이야?"

"으윽…… 버려둘 리가 없잖아! 그 녀석 재수 없긴 해도…… 그런 쓸쓸한 얼굴을 보고 어떻게 그냥 내버려 두냐고!"

타이가가 콧등의 반창고를 꾹 누르며 벌떡 일어서자, 시오리 씨가 미소를 머금고 선반 깊숙한 곳에서 작은 나무 상자 하나를 가져왔다.

"타이가 군. 용기 있는 당신에게 이것을 맡기겠습니다."

상자 안에서 나타난 것은 엄지손가락만 한, 매끄럽게 깎아 만든 나무 피리였다.

"이건……?"

"『되부름의 피리』랍니다."

시오리 씨가 부드럽게 설명해 주었다.

"황혼의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자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을 때, 그 사람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떠올리며 불면 그 영혼을 향해 곧장 부름의 소리가 닿는다고 전해지지요. 부디 품에 지녀 주세요."

"되부름의 피리……!"

타이가는 조심스레 피리를 입에 물고 삐익- 불어보았다.

맑은 산새의 지저귐처럼 청아하고 깨끗한 소리가 관 안에 울려 퍼졌고, 타이가의 손바닥이 따스하게 데워졌다.

"대박이다……! 좋았어, 나한테 맡겨!"

타이가는 가슴을 탕 치며 피리를 소중히 주머니에 넣었다.

"자, 가보도록 하지요."

시오리 씨가 허리춤의 황동 열쇠 꾸러미를 쥐고 지하 창고의 육중한 철문 앞으로 걸어갔다.

철커덩…… 묵직한 쇠사슬이 풀려나갔다.

끼기긱…… 낡은 문이 열린 순간, 서늘한 지하의 냉기가 확 들이쳤다.

돌계단을 한 칸씩 조심스레 내려갔다. 나무 바닥이 삐걱 소리를 낼 때마다 타이가가 "히익!" 하고 펄쩍 뛰었고 아야메는 "조용히 해!" 하고 핀잔을 주었다.

계단을 다 내려간 곳에는 숨이 멎을 듯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천장이 보이지 않을 만큼 광활한 공간.

끝없이 늘어선 오래된 나무 선반들.

그곳에는 다이쇼, 쇼와, 헤이세이 등 각 시대를 거치며 남겨진 수많은 분실물이 희미한 백색 빛을 띠며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태엽 감는 양철 기차, 색이 바랜 곰 인형, 조그만 책가방, 만년필, 유리구슬…….

"대단해…… 여긴 분실물들의 바다야."

아야메가 감탄했다.

그때 코하루의 케이프 주머니에서 튀어나온 폿케가 허공의 냄새를 킁킁 맡기 시작했다.

"코하루! 저쪽에서 엄청나게 그리운 냄새가 난다폿케!"

"어, 폿케, 잠깐만!"

폿케는 둥실 날아올라 안쪽 선반 틈새로 쏙 들어갔다.

코하루 일행이 달려가자 폿케는 낡은 나무 상자 위에 사뿐히 앉아 있었다.

그곳에 놓여 있던 것은――.

부드러운 빨간 털실로 짠 어린아이용 조그만 머플러였다.

"이거……!"

코하루는 숨을 들이켰다.

머플러의 빨간 털실은 폿케의 몸통과 색깔도, 뜨개질 짜임새도 완전히 똑같았다.

폿케가 머플러에 몸을 비비자 털실에서 은은한 주황빛 온기가 피어올랐다.

"따뜻하다폿케……! 이거 내 털실이랑 똑같은 햇살 냄새가 난다폿케……!"

그리고 머플러 끝에 묶여 있던 낡은 짐표에는 만년필로 적은 다정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요미 카나타 님 5세』

"카나타 군의 이름이야……!"

코하루의 손이 떨렸다.

"카나타 군의 머플러야……! 카나타 군은 정말로 5년 전 이 마을에 있었어!"

바로 그때였다.

쿠오오오오……!

지하 창고 깊은 어둠 속에서 살을 에는 듯한 돌풍이 몰아쳤다.

선반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옛 물건들이 달가닥달가닥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꺄악!?"

차가운 검은 안개가 바닥 틈새에서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창고 안의 온도가 순식간에 영하로 떨어진 듯 입김이 새하얗게 얼어붙었다.

선반 위에 놓여 있던 눈 하나 빠진 프랑스 인형, 태엽이 망가진 철인 로봇, 찢어진 야구 글러브가 검은 안개에 휘감겨 공중으로 떠올랐다.

크르르르릉……!

수십 개의 슬픔에 젖은 동그란 눈동자들이 어둠 속에서 붉게 번뜩였다.

"노라모노 떼야……!"

아야메가 외쳤다.

"와스레나의 잠을 방해받아서 단단히 화가 난 거야!"

카랑, 코롱―― 또르르롱…….

아득한 지상에서 오후 5시 차임벨이 울려 퍼졌다. 황혼의 시간이 찾아옴과 동시에 노라모노들의 기세가 무섭게 치솟았다!

"그 \"분실물\", 제가 전해 줄게요!"

코하루는 소리쳤다.

"폿케, 가자!"

"맡겨달라폿케!"

"별 돋보기, 오픈!"

폿케가 빛이 되어 왼손에 감기고 주황색 탐정 케이프와 별 돋보기가 빛났다.

하지만 상대는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수십 마리의 노라모노들이 검은 해일처럼 덮쳐오고 있었다!

"으아아악! 나, 나타났다아아! 유령들의 대폭탄 세일이다아아!"

타이가가 비명을 지르며 주머니에서 피리를 꺼내려 했지만 너무 무서워서 손을 덜덜 떨다 발밑에 툭 떨어뜨리고 말았다.

"으악, 내 피리가아아!"

"이누카이 군, 정신 차려!"

아야메가 소리쳤지만 검은 안개의 촉수가 코하루의 발목을 칭칭 휘감았다.

"꺄악……!?"

차가운 안개가 코하루의 온몸을 옥죄며 깊이를 알 수 없는 암흑 속으로 끌고 들어가려 했다.

"코하루ーー!"

별 돋보기를 놓칠 뻔하고 칠흑의 소용돌이에 집어삼켜지려던 바로 그 찰나――.

파사삭!

어둠을 가르고 한 줄기 검은 바람이 몰아쳤다.

은빛으로 번쩍이는 지팡이가 허공을 가르며 코하루를 옭아매던 검은 안개를 단숨에 베어 넘겼다!

"어……!?"

품에 안긴 든든한 팔의 감촉.

올려다보자 검은 실크햇과 하얀 가면을 쓴 소년―― 괴도 미드나이트가 코하루를 굳건히 안아 지켜주고 있었다.

"카나타…… 군……!"

"바보 같은 녀석. 왜 이런 위험한 곳에 발을 들인 거지."

가면 너머의 회청색 눈동자가 초조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괴도는 망토를 펄럭이며 품에서 수많은 검은 트럼프 카드를 날렸다.

슈슈슉!

날카로운 바람을 두른 카드들이 노라모노들의 급소를 정확히 가격하며 괴물 떼를 연달아 움츠러들게 했다.

바로 그때였다.

지하 창고 가장 깊은 암흑 밑바닥에서 땅울림과 함께 여러 겹으로 겹쳐진 잔혹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카나타……』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우뚝 솟아오르고 푸른 물망초 꽃이 기괴하게 빛났다.

『날 배신할 셈이니, 카나타……? 널 기억하는 인간 따위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데……』

"큭……!"

카나타의 몸이 굳어졌다.

『너는 나의 꼭두각시…… 추억을 모으는 그림자일 뿐…… 돌아오렴, 차가운 망각의 품 안으로……』

"입 닥쳐……!"

카나타는 이를 악물고 코하루의 손을 잡아 계단 쪽으로 밀어냈다.

"도망쳐, 호시카와! 어서 여기서 나가!"

"하아…… 하아……!"

지하 창고 문을 온 힘을 다해 닫고 시오리 씨가 서둘러 자물쇠를 잠갔다.

양옥집 밖으로 굴러 나온 코하루 일행은 겨울밤의 차가운 공기를 가슴 가득 들이마셨다.

나무 그늘 아래, 달빛을 받으며 숨을 몰아쉬는 카나타가 서 있었다.

이미 가면과 망토는 벗겨진 채 평소의 감색 재킷 차림으로 돌아와 있었다.

"카나타 군!"

코하루는 달려가 품에 꼭 안고 있던 것을 내밀었다.

지하 창고에서 발견했던 작고 빨간 머플러였다.

"이것 좀 봐! 지하 창고에 있었어! 『요미 카나타 님 5세』라고 적혀 있었단 말이야! 카나타 군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분명히 있어!"

카나타의 회청색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빨간 머플러를 바라보는 카나타의 손이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머플러……?"

카나타의 입술에서 가녀린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카나타의 손끝이 무언가에 홀린 듯 머플러의 털실을 향해 뻗어가려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카나타는 고통스럽게 가슴을 쥐어짜며 거칠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내 가족 따위 이제 어디에도 없단 말이다……!"

"거짓말 아니야! 이 털실, 폿케랑 똑같아! 카나타 군의 소중한 추억은 분명히 여기에 있어!"

코하루가 필사적으로 머플러를 내밀었다.

하지만 카나타는 그 손을 차갑게 탁 쳐냈다.

"……더 이상 내 일에 상관하지 마!"

머플러가 차가운 땅바닥에 툭 떨어졌다.

카나타는 어두운 눈빛으로 코하루를 쏘아보며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경고하는데, 와스레나의 힘은 이제 나로서도 억누를 수 없어. ……다음 12월 10일, 초등학교 학예회 날이다."

"어……? 학예회……?"

"그날, 와스레나는 마을 사람들의 소중한 추억을 한꺼번에 모조리 빼앗을 생각이야. 온 학교의 아이들도, 어른들도…… 전부 잊어버리고 텅 빈 껍데기만 남게 되겠지."

"말도 안 돼…… 온 마을 사람들의 추억을 한꺼번에!?"

타이가가 경악했고 아야메가 숨을 들이켰다.

"막고 싶다면 날 막아봐라. ……할 수 있다면 말이지."

그 말을 남기고 카나타는 밤의 어둠 속으로 등을 돌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가 버렸다.

"카나타 군ーー!"

코하루의 절규는 차가운 칼바람 속에 묻혀 버렸다.

코하루는 바닥에 떨어진 빨간 머플러를 주워 흙을 털어내고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가운데 아야메가 조용히 다가왔다.

아야메는 제비꽃색 '물망초 수첩'을 펼치고 만년필을 종이 위에 굳건하게 굴렸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힘찬 필체로 글자가 새겨졌다.

『12월 10일 학예회. 결전.』

"절대로 질 수 없겠네, 코하루."

아야메가 고개를 들고 또렷한 눈빛으로 코하루를 마주 보았다.

"응……! 카나타 군도, 마을 사람들의 소중한 추억도 내가 반드시 구해낼 거야!"

코하루는 굳게 맹세했다.

겨울 축제를 코앞에 둔 쓰키미자카 마을에 최대의 결전을 알리는 발소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제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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