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아야메의 생일과 사라진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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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갓 시작된 쓰키미자카 마을은 가로수 은행나무들이 황금빛 잎을 떨구며 완연한 겨울의 정취에 휩싸여 있었다.

방과 후 교실에서 구조 아야메는 제비꽃색 리본을 반듯하게 매만지며 가죽 표지의 '물망초 수첩'을 펼치고 있었다.

"호시카와 양, 진정해. 책상 덜컹거리며 흔들지 말고."

"하지만 진정할 수가 없는걸!"

호시카와 코하루는 몸을 앞으로 바짝 내밀며 아야메의 수첩 옆에 놓인 검은 카드를 가리켰다.

어젯밤 아야메네 집 우편함에 들어 있었던 칠흑 같은 예고장이었다.

『오늘 밤, 구조 레이코 님의 "가장 소중한 추억"을 받아 가겠습니다. ――괴도 미드나이트』

"괴도 미드나이트가 아야메의 엄마를 노리다니! 게다가 내일은 아야메의 열한 번째 생일이잖아!?"

"……내 생일이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아야메는 새침한 표정으로 안경을 고쳐 썼다.

"어머니는 쓰키미자카 종합병원 외과 부장이셔. 매일 수많은 환자를 수술하고 살려내시는 무척 바쁜 분이지. 내일 생일 같은 건 애초부터 기대도 안 했어."

속사포처럼 단호하게 내뱉는 아야메의 옆모습을 코하루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입으로는 그렇게 덤덤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아야메의 손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는 것을 코하루는 놓치지 않았다.

사실 코하루는 알고 있었다. 아야메가 매년 생일날 밤만큼은 일을 일찍 마치고 온 엄마와 함께 마을에서 가장 높은 '호시미가오카(별맞이 언덕)'에 올라가 별똥별을 보는 것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는 사실을. 작년 겨울, 행복한 표정으로 그 이야기를 들려주던 아야메의 환한 미소를 코하루는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모두 오래 기다렸지!"

드르륵 앞문이 열리며 뛰어 들어온 사람은 이누카이 타이가였다. 양손에 산더미 같은 방범 도구를 끌어안고 있었다.

"내가 괴도를 일망타진할 작전을 짜왔다고! 이름하여 '타이가 특제 양동이 물벼락 밧줄 작전'이다! 천장에서 대야를 떨구고 발밑에 끈끈이를 잔뜩 뿌린 다음 결정타로 메가폰을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거지!"

"기각이야, 이누카이 군."

아야메가 1초 만에 딱 잘라 말했다.

"우리 집을 도둑 잡는 미로로 만들 셈이야? 괴도 미드나이트는 소리도 없이 공중을 날아다닌다고. 그런 만화 같은 함정에 걸려들 리가 없잖아."

"뭐, 뭐야~! 기껏 열심히 생각해 왔더니!"

"포케에, 아야메네 집 쿠키 진짜 맛있어 보인다폿케~."

코하루의 노란 케이프 주머니에서 빨간 털실 뭉치 츠쿠모가미 폿케가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아야메가 집에서 가져온 고급 버터 쿠키를 발을 동동 구르며 쳐다보고 있었다.

"아…… 폿케(짱)……."

아야메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순식간에 하트 모양으로 사르르 녹아내렸다.

"……욕심꾸러기라니까. 자, 부스러기 줄게. 폿케(짱) 몫만이야."

"와아, 아야메 제일 좋다폿케!"

폿케가 조그만 두 손으로 쿠키를 받아 쥐고 냠냠 맛있게 베어 물자 아야메는 "크흑……!" 하고 가슴을 쥐어짜며 몸부림칠 뻔했다. 하지만 이내 정색하고 헛기침을 했다.

"어쨌든 작전을 세우겠어. 어머니의 퇴근길은 병원에서 언덕을 내려와 집으로 향하는 외길이야. 시간은 저녁 회진이 끝나는 5시 전후지."

"좋았어, 우리 탐정단이 레이코 아주머니를 호위하는 거야!"

코하루가 주먹을 불끈 쥐자 아야메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쓰키미자카의 하늘이 서서히 시린 저녁노을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병원에서 이어지는 언덕길 모퉁이, 코하루 일행은 생울타리 뒤편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언덕 위에서 흰 가운 위에 검은 코트를 걸친 키 큰 여성이 걸어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아야메의 엄마, 구조 레이코 의사였다. 손에는 검은색 가죽 왕진 가방을 들고 피곤한 기색으로 빠른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어머니셔……!"

아야메가 숨을 죽인 바로 그 순간이었다.

카랑, 코롱―― 또르르롱…….

오르골 같은 오후 5시 차임벨이 언덕 마을에 울려 퍼졌다.

황혼의 시간이 찾아옴과 동시에 가로등 밑바닥에서 차가운 검은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가로등 꼭대기, 저녁노을을 등지고 사뿐히 내려앉은 그림자 하나가 있었다.

새까만 실크햇에 새하얀 가면, 밤안개처럼 흩날리는 망토.

"괴도 미드나이트……!"

코하루가 소리쳤다.

괴도는 레이코의 바로 앞에 소리 없이 착지하더니 가슴에 손을 얹고 우아하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구조 레이코 선생님. 오늘 밤, 당신의 '가장 소중한 추억'을 받으러 왔습니다."

"누, 누구시죠……?"

레이코가 눈살을 찌푸린 순간, 괴도가 하얀 장갑을 낀 손을 스윽 치켜들었다.

"그 \"분실물\", 제가 전해 줄게요!"

코하루가 수풀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폿케, 가자!"

"맡겨달라폿케!"

"별 돋보기, 오픈!"

폿케가 빛이 되어 코하루의 왼손에 끼워지며 빨간 장갑으로 변했다. 주황색 탐정 케이프, 별 베레모, 오른손에는 황동 별 돋보기.

"괴도 미드나이트, 아야메 엄마의 추억을 훔치지 마!"

"이런, 탐정단이 납셨군요.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괴도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긴 순간, 레이코의 가슴에서 몽실몽실 피어난 은은한 벚꽃색 빛의 구슬 하나가 떠올랐다.

"꺄악……!"

빛의 구슬은 괴도의 손끝에 닿자마자 차갑게 검게 물들며 칠흑빛 유리구슬―― '망각의 구슬'로 변해버렸다.

"어머니!"

아야메가 허겁지겁 달려갔다.

레이코는 비틀거리다 번쩍 제정신을 차린 듯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서는 딸을 바라보던 따스한 온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어머…… 아야메? 네가 왜 이런 곳에 서 있니?"

"어머니, 괜찮으세요!? 괴도가 대체 무슨 짓을……!"

"괴도? 무슨 엉뚱한 소릴 하니. 난 지금 응급 환자 차트를 정리해야 해. 어서 병원으로 돌아가야겠구나."

"네……? 하, 하지만 오늘 밤은…… 내일이 제 생일이라 오늘 밤 별맞이 언덕에 가기로 약속하셨잖아요……!"

"약속……?"

레이코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차갑기 짝이 없는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그런 약속을 했던가? 나를 기다리는 수술 환자들이 있단다. 시답잖은 장난은 그만두렴."

그 말을 남기고 레이코는 딸에게 등을 돌린 채 종종걸음으로 병원을 향해 돌아가 버렸다.

"어머…… 니……?"

아야메는 멍하니 그 자리에 우두커니 멈춰 섰다.

가로등 위의 괴도는 검은 망각의 구슬을 주머니에 넣으며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추억을 돌려받고 싶다면 그 추억을 이어주는 물건을 찾아내라. ……구조, 울지 마라."

마지막 말은 연극조의 정중한 말투가 아니라, 마치 누군가를 걱정하는 듯한 낮고 쓸쓸한 목소리였다.

괴도는 망토를 펄럭이며 밤안개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거기 서라ーー!" 하고 타이가가 외쳤지만 괴도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야메……."

코하루가 조심스레 말을 건네자 아야메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괜찮아. 어머니는 의사 선생님이시니까 당연히 일이 더 중요하신 게 맞아. 처음부터 기대 같은 건 하지도 않았는걸."

똑 부러지게 말하고는 아야메는 혼자서 집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하지만 그 작은 뒷모습은 너무나 쓸쓸하고 시려 보였다.

어둠이 내린 구조 저택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넓은 거실에는 불도 켜지지 않았고, 아야메는 제 방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무릎을 끌어안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커다란 집. 벽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똑딱똑딱 차갑게 울렸다.

"흑…… 흑…… 흐윽……."

숨죽여 참아온 울음소리가 어두운 방 안에 번졌다.

"어머니…… 어째서…… 날 잊어버리신 거예요……?"

바로 그때―― 똑, 똑.

방 창문이 부드럽게 두드려졌다.

"히익!?"

아야메가 허겁지겁 눈물을 훔치고 커튼을 젖히자 창밖 발코니에 코하루가 서 있었다. 노란 케이프를 입고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종이봉투를 들고 있었다.

"아야메, 들어가도 돼?"

"호, 호시카와 양!? 어떻게 여기에…… 게다가 2층 발코니로 들어오다니!"

"빗물받이 배수관 타고 올라왔지! 자, 우리 집 빵집에서 갓 구운 수제 멜론빵이랑 별 모양 애플파이야! 달콤한 걸 먹으면 힘이 나거든!"

코하루는 방 안으로 쏙 들어오더니 테이블 위에 빵을 차려놓았다. 폿케도 케이프에서 퐁 튀어나와 "애플파이 냄새 진짜 최고다폿케~!" 하며 코를 킁킁거렸다.

"……호시카와 양, 날 위로하러 온 거라면 사양하겠어. 난 아무렇지도 않아."

"아냐, 위로하러 온 게 아니야."

코하루는 아야메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난 아야메가 별맞이 언덕 이야기를 해줬을 때 정말 너무너무 기뻤어. 엄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야메가 난 정말 좋거든. 울고 있는 친구를 보고 그냥 모른 척하는 건 난 절대 못 해!"

"친구……."

아야메의 제비꽃색 눈동자가 흔들렸다.

"되찾자, 어머니의 소중한 추억! 괴도가 그랬잖아, '추억을 이어주는 물건을 찾아내라'고. 어머니와 아야메의 약속이 담긴 물건은 대체 뭐야?"

아야메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이내 '물망초 수첩'을 펼쳤다.

"……별맞이 언덕에 갈 때마다 어머니는 늘 오래된 황동 '별자리 회전판'을 챙겨 오셨어. 내가 다섯 살 때 어머니가 선물해 주신 세상에 하나뿐인 보물이야."

"그거야! 그 별자리 회전판은 어디에 있는데?"

"그게…… 내 방도 거실도 다 뒤져봤는데 어디에도 없어. 어머니가 어딘가 깊숙이 넣어두신 걸까……."

"좋았어, 별 돋보기가 나설 차례네!"

코하루는 별 돋보기를 들고 렌즈를 들여다보았다.

왼손의 폿케가 은은하게 빛을 발했다. 그러자 별 돋보기 시야에 따뜻한 빛을 뿜어내는 가느다란 붉은 실 한 가닥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실은 집 안이 아니라 창문을 빠져나가 밤의 언덕길을 가로질러―― 저 멀리 언덕 위에 우뚝 솟은 커다란 건물을 가리키고 있었다.

"빛의 실이 병원으로 이어져 있어……!"

"병원……? 설마!"

아야메가 숨을 훅 들이켰다.

"어머니, 별자리 회전판을 병원에 챙겨가셨던 거야……? 대체 왜……?"

"가보자, 아야메! 거기에 어머니의 진짜 진심이 있을 거야!"

깊은 밤의 쓰키미자카 종합병원.

뒷문으로 몰래 들어간 두 사람은 외과 의국에 다다랐다.

레이코 의사의 책상 위에는 산더미 같은 차트와 의학 서적들이 쌓여 있었다. 그 맨 위 서랍을 열자 안쪽 깊은 곳에서 낡은 황동 원반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별들의 위치가 촘촘히 새겨진 아름다운 별자리 회전판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작은 업무 수첩 하나가 끼워져 있었다.

『12월 1일, 아야메의 생일. 별맞이 언덕에서 카시오페이아자리 보기.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일찍 퇴근할 것』

반듯한 레이코의 필체로 몇 번이고 빨간 펜 밑줄이 빽빽하게 그어져 있었다.

"어머니……."

아야메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쏟아져 내렸다.

"어머니, 진료 틈틈이 계속 이걸 보시며…… 준비하고 계셨던 거야. 내 생일을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리고 계셨던 거야……!"

바로 그때였다.

퍼덕……!

옥상으로 이어지는 비상계단 문이 바람에 덜컹거리며 차가운 밤바람이 들이쳤다.

"……옥상에 누가 있다폿케!"

폿케가 외쳤다.

두 사람이 계단을 단숨에 뛰어 올라가자 달빛이 쏟아지는 옥상 위에 검은 망토를 휘날리는 괴도 미드나이트가 우뚝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검게 빛나는 레이코의 망각의 구슬이 들려 있었다.

"여기까지 왔군요, 탐정단."

"괴도 미드나이트!"

코하루는 별 돋보기를 겨누며 소리쳤다.

"어머니는 약속을 잊지 않으셨어! 줄곧 아야메와의 약속을 가장 소중하게 품고 계셨단 말이야! 그 추억을 당장 돌려줘!"

"……돌려준들, 무엇이 달라지지?"

괴도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부모에게 잊히는 그 끔찍한 슬픔을…… 추억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그 고통을 너희가 대체 뭘 안다고 그래……!"

괴도가 망토를 활짝 펼치며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려 했다.

"놓치지 않아!"

아야메가 수첩을 꽉 쥐고 외쳤다.

"이누카이 군, 지금이야!"

"우오오오옷! 나를 잊지 마라ーー앗!"

그늘에서 튀어나온 타이가가 축구공을 괴도의 퇴로를 향해 대포알처럼 걷어찼다!

쾅ーー!

공은 괴도의 발치 난간을 강타하며 중심을 사정없이 무너뜨렸다.

"큭……!?"

"폿케, 하이 점프!"

코하루는 주황색 케이프를 펄럭이며 옥상 난간에서 몸을 날렸다.

목표는 괴도의 오른손에 쥐어진 망각의 구슬!

"돌려줘ーー앗!"

공중에서 코하루의 손이 괴도의 가슴팍으로 뻗어 나갔다.

망각의 구슬을 잡으려던 코하루의 손끝이 우연히 괴도의 하얀 가면 모서리에 탁 걸렸다.

투둑……!

걸쇠가 풀리며 하얀 가면이 밤바람에 휩쓸려 허공으로 벗겨져 날아갔다.

"앗……!"

달빛 아래 드러난 소년의 맨얼굴.

바람에 찰랑이는 아름다운 은빛 머리칼.

경악에 차 크게 뜨인 차가운 회청색 눈동자――.

"어……?"

코하루의 시간이 뚝 멈추었다.

(카나타…… 군……!?)

괴도 미드나이트의 정체는 바로 낮에 함께 장화를 찾아주었던 카나타였던 것이다.

"젠장……!"

카나타는 허둥지둥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 바람에 오른손에 쥐고 있던 검은 망각의 구슬이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데굴데굴 굴러가는 망각의 구슬을 아야메가 재빨리 주워 올렸다.

"괴도…… 네가, 대체 왜……!"

코하루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카나타는 고통스럽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머플러로 얼굴을 가렸다.

"……보지 마."

차갑지만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목소리였다.

카나타는 밤의 어둠 속으로 펜스를 훌쩍 뛰어넘어 몸을 던졌다.

검은 망토가 밤안개처럼 흩어지더니 순식간에 그의 모습은 어둠 속으로 녹아 사라져 버렸다.

"아야메! 아야메, 거기 있니!?"

옥상 문이 벌컥 열리며 숨을 헐떡이는 레이코 의사가 뛰어 들어왔다.

"어머니!"

아야메가 달려가 품에 안고 있던 별자리 회전판을 어머니의 가슴에 가만히 대어 드렸다.

코하루는 별 돋보기를 치켜들고 다정하게 외쳤다.

"찾았다. ――어서 와, 분실물아!"

코하루가 망각의 구슬을 가져다 대자 까만 유리구슬이 맑은 소리를 내며 투명해지더니 따스한 벚꽃색 빛이 되어 레이코의 가슴속으로 스며들었다.

"아……."

레이코는 회전판을 꼭 끌어안으며 번쩍 눈을 떴다.

그 눈동자에 따스한 모성의 빛이 되돌아왔다.

"아야메……! 미안해, 내가…… 내가 무슨 짓을! 오늘이 네 생일인데…… 그렇게 약속했었는데……!"

레이코는 무릎을 꿇고 아야메를 품에 으스러져라 끌어안았다.

"어머니……! 아니에요, 절 기억해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아야메도 어머니의 목을 꼭 끌어안고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문득 올려다보니 겨울의 청명한 밤하늘을 한 줄기 별똥별이 길게 가로지르고 있었다.

별맞이 언덕까지 가지 않아도 병원 옥상에서 쏟아질 듯한 밤하늘과 별똥별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예쁘다……."

아야메는 눈물을 훔치고 돌아섰다.

그곳에는 다정한 미소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는 코하루가 서 있었다.

아야메는 가슴에 손을 얹고 코하루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고마워, 코하루."

그것은 '호시카와 양'이 아니라, 처음으로 불린 소중한 친구의 이름이었다.

"아야메……!"

코하루의 얼굴이 환한 미소로 활짝 피어났다.

돌아오는 길.

타이가가 "사건 하나 멋지게 해결했네!" 하며 앞장서 걸어가고 있었다.

코하루는 가로등 불빛 아래 멈춰 서서 가만히 오른쪽 손바닥을 펴보았다.

가면이 벗겨지던 순간 코하루의 손끝에 걸려 남아 있던 것.

그것은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한 올의 은빛 머리카락이었다.

"……카나타 군."

시린 밤바람이 불어와 코하루의 가슴을 세차게 뒤흔들었다.

그토록 얼음장같이 차가운 손을 하고, 그토록 외로운 눈빛으로 슬프게 웃던 남자아이.

어째서 그 아이가 사람들의 소중한 추억을 빼앗는 괴도 미드나이트였던 걸까.

"설마…… 정말로, 카나타 군인 거야……?"

코하루의 나직한 혼잣말은 겨울 밤하늘 속으로 아스라이 흩어져 갔다.

제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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